학부모 가이드
2026.10.20 · 최은영 교육학박사
"넘어진 친구 사진을 단톡방에 올린 게 정말 학교폭력이 되나요?"
"우리 아이는 ㅋㅋ만 달았을 뿐인데, 그것도 문제가 될까요?"
화면 안에서는 장난과 폭력의 경계가 유난히 흐립니다. 아이도 부모도 "나쁜 뜻은 없었는데"라는 말부터 나오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사진 한 장이 퍼지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어디서부터 선을 넘는지 같이 짚어 보겠습니다.
법에 그렇게 적혀 있기 때문입니다. 「학교폭력예방법」 제2조는 학교폭력의 정의에 사이버폭력을 이름까지 넣어 두었고, 정보통신망으로 하는 따돌림과 딥페이크 영상의 제작·반포도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두 정의의 끝은 같습니다.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
부모님이 기억해 두실 기준은 세 가지면 됩니다.
아래는 제가 설명을 위해 만든 사례입니다. 그런데 학교 현장에 계신 분들께 보여 드리면 "어디서 들은 얘기 같다"는 말이 꼭 나옵니다.
화요일 체육 시간, 공에 맞고 넘어진 지우의 표정이 웃겨서 민재가 사진을 찍습니다. 저녁 8시에 반 단톡방에 올리고, 10분 만에 ㅋㅋ와 이모티콘이 열두 개 달립니다. 누군가 캡처해서 다른 반 방에 올립니다. 다음 날 지우의 별명은 "레전드"가 되고, 사진은 스티커가 됩니다. 일주일 뒤 지우는 아침마다 배가 아프다고 합니다.
몇 번째 칸부터 폭력일까요? 동의 없이 단톡방에 올린 두 번째 칸부터 볼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칸에서 웃고 퍼 나른 아이들은 "가담"으로 따로 판단될 수 있고요.
우리 아이는 민재일 수도, 지우일 수도, 이모티콘을 누른 열두 명 중 하나일 수도 있습니다. 숫자로만 따지면 열두 명 쪽일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ㅋㅋ 두 글자가 그렇게 큰일일까 싶으시죠. 법은 가해학생을 "학교폭력을 행사하거나 그 행위에 가담한 학생"으로 정의합니다(제2조 제3호). 처음 올린 아이만 책임지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퍼 나르기, 조롱하는 댓글, 웃음 반응은 정도에 따라 가담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읽기만 한 경우는 다릅니다. 아무 반응 없이 읽기만 한 것을 보통 가해로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피해 아이에게는 "다 봤는데 아무도 말을 안 했다"는 기억이 꽤 오래 남습니다. 구체적인 판단은 사안마다 달라서, 실제 상황이라면 학교 책임교사와 상의하시는 게 정확합니다.
원본은 지워집니다. 캡처, 저장본, 전달본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이 그림에서 처음 올린 아이는 가운데 한 명뿐입니다. 나머지는 모두 따라 한 아이들이에요.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과 손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 구분 | 교실 안 | 단톡방 안 |
|---|---|---|
| 시간 | 학교에 있는 동안 | 24시간, 침대 위까지 |
| 보는 사람 | 그 자리의 몇 명 | 방 인원 전체 + 캡처를 본 사람 |
| 남는 것 | 시간이 지나면 기억 | 지워도 캡처가 남음 |
| 가해 아이가 보는 것 | 친구의 우는 얼굴 | 화면뿐, 멈출 신호가 없음 |
| 어른의 눈 | 교사가 볼 수 있음 | 교사도 부모도 보기 어려움 |
제가 가장 눈여겨보는 줄은 네 번째입니다. 교실에서는 친구 얼굴이 굳는 게 보여서 멈춥니다. 화면에서는 그 얼굴이 안 보이니 브레이크가 없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줄 때문에, 사이버폭력은 결국 아이가 말해 줘야 어른이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네, 몇 개만 알아 두셔도 아이 말을 알아듣는 속도가 달라집니다.
뒤의 두 가지는 교육부 토론회에서 공유된 사례입니다. 이름 짓는 솜씨는 대단한데, 하는 일은 칭찬해 줄 수가 없지요. 아이가 이런 말을 꺼내면 "그게 뭐야?" 하고 모르는 척 물어보세요. 설명하다 보면 아이 스스로 "근데 좀 심하긴 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합니다.
사이버폭력은 대부분 "재미로", "다들 하니까"에서 시작합니다. 나쁜 아이 몇 명의 문제로 보면 우리 아이는 늘 남의 이야기가 됩니다. 몰라서 한 행동은 알려 주면 멈춥니다. 오늘은 거창한 교육보다 이 질문 하나로 시작해 보세요.
글 최은영(교육학박사, 학급관계분석 전문가) · 학교폭력·또래관계 12년 연구 · phdchoi.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