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가이드

초등이 사이버폭력 골든타임인 이유

2026.10.20 · 최은영 교육학박사

"사이버폭력 이야기, 초등학생한테는 아직 이른 걸까요?"

"우리 아이가 단톡방에서 따라 웃기만 했다면, 그것도 걱정해야 할까요?"

무서운 뉴스를 볼수록 "아직 어려서"와 "벌써 늦었나" 사이에서 마음이 오락가락합니다. 올해 9월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따라가면서, 왜 지금이 가장 잘 통하는 때인지 숫자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선생님의 말을 듣는 아이들
초등은 어른의 말이 아직 가장 잘 들리는 시기입니다. · 사진: Pexels

Q1. 초등 학교폭력, 정말 늘고 있나요?

네, 6년째 한 해도 쉬지 않고 올랐습니다. 2026년 1차 실태조사(초4~고3, 319만 명 응답)에서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답한 초등학생은 5.7%였습니다. 중학생 2.3%, 고등학생 0.8%보다 높습니다. 초4부터 응답하는 조사인데도 초등이 가장 높습니다.

1.820202.520213.820223.920234.220245.020255.72026초등 피해응답률(%) · 각 연도 1차 조사
출처: 교육부(2026. 9. 9.), 2026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2020년은 원격수업 영향으로 낮았습니다.

5.7%가 작아 보일 수 있습니다. 한 반이 25명이면 반마다 한 명이 넘는 숫자입니다. 피해 유형 중 사이버폭력은 7.0%로 언어폭력(37.8%), 따돌림(17.1%), 신체폭력(15.7%)보다 비중이 작지만, 다른 폭력과 겹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함께 보셔야 합니다. 이 조사는 학생이 스스로 답하는 인식조사라는 점도 덧붙여 둡니다.

Q2. 당했다는 아이는 늘었는데, 했다는 아이는 왜 줄었나요?

같은 조사에서 초등 피해응답은 5.0%에서 5.7%로 늘었는데, 가해응답은 2.4%에서 1.6%로 줄었습니다. 맞은 사람은 늘고 때린 사람은 줄었습니다. 범인이 투명인간일 리는 없겠지요.

답은 기억의 차이에 있습니다. 같은 일을 한 아이는 "그냥 웃기려고"로, 당한 아이는 "학교 가기 싫어요"로 기억합니다. 교육부가 8월에 학생·교원과 연 간담회에서도 "장난으로 시작한 일이 과격해지고, 같은 행위를 서로 다르게 인식한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가해 쪽 아이
"그냥 웃기려고 올린 건데요?"
피해 쪽 아이
"반 애들이 다 봤어요. 학교 가기 싫어요."

Q3. 아이들은 왜 따라 웃을까요?

별로 웃기지 않아도 칩니다. 혼자만 안 웃으면 이상해 보일까 봐서요. "ㅋㅋ…" 뒤에 붙은 점 세 개에 그 망설임이 들어 있습니다.

29.1%
가해 이유 1위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 없이"
25.1%
가해 이유 2위 "상대방이 먼저 나를 괴롭혀서", 맞대응이 가해가 되는 경우
41.3%
가해했다고 답한 초등학생 중 "여럿이 함께 했다"
11.0%
초등 목격응답률, 중 6.8%·고 2.6%보다 높음. 2020년에는 4.0%
출처: 교육부(2026. 9. 9.), 2026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저는 이 숫자들을 좋은 쪽으로 읽습니다. 악의보다 모름에서 나온 행동은 알려 주면 멈추거든요.

싫어도 단톡방을 못 나가는 이유

"그렇게 싫으면 나오면 되잖아." 어른 눈에는 쉬운 해결책입니다. 아이들 사정은 이렇습니다.

어른으로 치면 회사 단톡방입니다.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가시잖아요. 그래서 "그럼 나와!"보다, 나와도 괜찮을 만큼 다른 친구와 다른 모임을 같이 만들어 주는 쪽이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위 이유는 아이들이 흔히 하는 말을 모은 것이고, 조사 문항은 아닙니다.)

Q4. 그래서 왜 하필 "지금"인가요?

같은 조사를 학교급별로 나란히 놓으면 보입니다.

가해자를 말렸다초21.4중14.7고11.2보호자에게 알렸다초39.7중33.7고29.8아무것도 못 했다초26.6중35.5고36.1
출처: 교육부(2026. 9. 9.), 2026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 단위 %

목격했을 때 가해자를 말린 아이, 피해를 보호자에게 알린 아이 모두 초등이 가장 많습니다. 반대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아이는 학년이 오를수록 늘어납니다. 초등학생 피해 아이의 39.7%가 보호자에게 알렸다는 건, 선생님(28.1%)보다도 부모가 먼저라는 뜻입니다.

중학교 가면 늦는다는 말이 아닙니다. 지금 하면 가장 잘 먹힌다는 말입니다. 사춘기가 오면 "엄마는 몰라도 돼"가 기본값이 되니, 이 시기는 생각보다 짧습니다.

한 가지 숫자가 마음에 걸립니다. 초등학생이 피해를 알리지 않은 이유 중 "말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가 13.0%였습니다. 이 13%는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만든 숫자라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처음 털어놓았을 때 어떤 반응을 들었는지가 다음 말을 결정합니다.

Q5. 말을 안 하는 아이, 신호는 어떻게 알아채나요?

신호는 화면 밖으로 새어 나옵니다. 피해 쪽이라면 알림이 울릴 때 깜짝 놀라거나, 폰을 보다가 엎어 두거나, 잘 하던 단톡방·게임을 갑자기 끊습니다. 반대로 폰을 한시도 못 놓기도 하고요. 사진 찍히는 걸 갑자기 싫어하는 것도 눈여겨보세요.

보는 쪽의 신호는 더 조용합니다. "우리 반에 ○○가 좀…" 하며 남 이야기를 자꾸 꺼내는 아이는 돌려서 신고를 하고 있는 겁니다. 묻지도 않았는데 "나는 아무것도 안 했어"부터 말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럴 땐 캐묻지 말고 이렇게 이어 주세요.

부모
"그랬구나. 그래서 너는 어떤 마음이 들었어?"

신호 하나로 단정하지는 마세요. 사춘기 초입 아이들은 체크리스트에 거의 다 걸립니다. 원래 조용한 아이와 갑자기 조용해진 아이는 다르니 변화를 보시고, 2주 정도 이어지는지 적어 두시면 판단이 쉬워집니다(진단 기준은 아니고 관찰을 위한 기준입니다). 다만 자해 이야기가 나오거나 성적인 합성물 정황이 보이면 기다리지 말고 바로 학교와 전문기관에 연락하세요.

오늘 저녁, 아이가 먼저 말하는 집을 만드는 첫 문장은 생각보다 짧습니다. "요즘 너네 반 단톡방은 어때?" 모른다고 하시면 아이들이 신이 나서 가르쳐 줍니다. 대화는 거기서 시작됩니다.

참고 자료
  1. 교육부(2026. 9. 9.). 2026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발표(보도자료 및 붙임 주요 결과). 초4~고3 319만 명 응답, 조사기간 2026. 4. 14.~5. 13.
우리 아이는 친구들 사이에서 어떤 자리일까?
말리는 아이, 따라 웃는 아이, 지켜보는 아이. 관계 습관 12문항으로 먼저 살펴보세요.
결과는 부모님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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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은영(교육학박사, 학급관계분석 전문가) · 학교폭력·또래관계 12년 연구 · phdchoi.kr